배밭골, 대학과 손잡고 마을공동체 회복 이끈다 ②

정릉의 지리적 위상과 지역 현안
뉴스일자:2017-04-06 13:33:14

정릉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성저십리 내에 위치해 조선의 수도인 한성부에 속해 있다가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경기도와 서울에 편입되기를 반복했다. 북한산이 서울의 진산(鎭山)으로 큰 산이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경계를 이루었고, 자연스럽게 서울과 경기의 경계를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조선시대부터는 정착해 사는 손가정의 밀양 손씨들은 되너미고개(아리랑고개)를 넘어 혜화문을 통해 서울을 오가며 생활권을 형성했다.

 

정릉3동은 정릉천을 경계해 하여 서쪽 지역에 위치하며, 북한산이 서쪽 경계를 에워싸고 있다. 국민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앞으로 정릉길이 가로지르고, 그 위로는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간다. 정릉3동 안에서도 특성에 따라 몇 개의 권역을 나눠 볼 수 있다. 정릉길을 중심으로 남쪽은 ‘배밭골’이라 부른다. 북동쪽으로는 밀양 손씨들이 많이 살아 이름 붙여진 손가정과 정릉시장 등이 있고, 북서쪽에는 복숭아골이 있다.

 

[배밭골 일대 현황/자료=urban114]

 

북악터널 바로 앞에는 국민대학교가 위치해 주변지역은 대학생들의 영향을 받는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2015년 기준 1만 9,833명에 이르는 국민대학교 학생들은 매일 학교를 오가면서 주변지역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대학교 근처는 다른 대학가처럼 대학생들은 상대로 한 상권이 형성될 만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국민대학교는 2003년까지 기숙사가 없었고, 따라서 배밭골이나 후문 인근 주민들은 하숙을 치거나 자취방을 세 놓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원룸과 같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를 갖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성북구 정릉동은 정릉터널을 지나 내부순환도로 양쪽으로 두 얼굴을 보인다. 한쪽으로는 현대식 고층건물들로 가득한 국민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등이 자리 잡고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정릉과 실내골프장을 뒤로 한 채 한눈에 봐도 허물어져가는 스카이아파트와 40년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한동네에서 이렇게 양분된 모습으로 나뉜 이유는 바로 ‘자연경관지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이 바로 정릉3구역과 8구역이다. 시내로 나가는 지름길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정릉3구역과 8구역은 앞서 2004년 6월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듬해 추진위원회가 승인돼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자연경관지구로 묶여 있어 층수가 5층 이하로 제한돼 정비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던 곳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성북구 정릉3구역과 8구역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했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정릉3·8구역 위치도/자료=서울시]

 

2013년 이후 추진위 활동이 없던데다 3구역의 경우 행위제한이 해제돼 관련 규정에 따라 직권해제됐다. 특히 정릉3구역은 1969년 준공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스카이아파트가 있던 곳이다. 스카이아파트는 일부가 철거되고 상당수 주민이 이주했지만 사업성이 낮아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SH공사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됨에 따라 정릉3구역과 8구역은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대학교·골프장·고가도로가 들어선 자연경관지구?

 

이미 이 지역은 당초 자연경관지구 지정 목적이 훼손된 지 오래이다. 건너편 학교 지역은 물론 도로가의 고층건물들과 내부순환도로, 자연경관지구의 정상을 지키고 있는 골프연습장 등의 주변환경 변화는 자연경관지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15년 내부순환도로 정릉램프 설치를 두고 배밭골 주민들은 “살고있는 지역보다 20m 높은 내부순환도로를 건설한 것도 모자라 정릉램프까지 건설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정릉3구역을 자연경관지구로 정해 주민들에게는 개발을 제한하도록 하면서 서울시에서는 경관을 망가트리는 시설물(정릉램프)을 강행하면서 한때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배밭골은 장기간 재개발 추진이 지연되고 급기야는 직권해제된 상태에서 주민들의 주거 여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어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한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배밭골번영위원회 및 국민대학교 총학생회는 ‘배밭골 주민 및 국민대학교 숙원사업 추진을 위한 호소문’에서 “각종 제도적 규제가 배밭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자연경관지구 일부 해제 또는 완화를 통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지역주민과 국민대 학생들을 위한 교통편 마련돼야…

 

정릉동은 서쪽으로 북악터널이 있어 북악산을 돌아 시내로 접근할 수 있고, 동쪽으로는 아리랑고개, 미아리고개를 넘어 시내로 향할 수 있다. 종로, 남대문 등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 마포 등 다양한 지역에 닿을 수 있도록 노선버스와 마을버스가 골목골목을 누빈다. 정릉에서 버스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정릉과 연결되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4호선 길음역이다.

 

정릉3동은 지하철이 직접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역까지 20~3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이러한 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이동에서 정릉을 거쳐 신설동까지 운행하는 경전철 건설이 추진됐다. 경전철 도입이 결정될 당시에 국민대학교 학생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학교와 가까운 곳에 역이 설치되기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으나 계획된 구간과 역의 위치는 국민대를 빗겨 나가 실제로 정릉에 거주하는 주민들 다수를 위한 구간으로 결정됐다. 

 

배밭골은 서울 중심부를 통과하기 위한 지름길이어서 많은 차량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 및 국민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대중교통, 특히 전철이나 경전철 등의 노선이 없어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돌아가는 노선인 171번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배밭골번영위원회에서는 마을버스의 노선 연장과 북촌~도원교통 간 노선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내부순환로 진입로 공사 중인 북측 보도는 높은 단차로 인해 가파른 오르막과 높은 계단, 육교를 통해야 횡단할 수 있어 보행 시 불편할 뿐만 아니라 무단횡단하는 일이 많아 사고가 빈번한 지역이다. 배밭골번영위원회 및 국민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사고의 위험성을 없애고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대 입구 교차로 북측과 배밭골 북측 보도를 연결하는 지하차도 및 보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치안센터 북측 주차장 부지에 상설공연장 및 공동체 시설 건립 △공동 화장실 설치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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