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말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완료를 앞두고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단지는 시간 단축을 위해 부동산 신탁사를 통한 사업방식으로 선회하는가 하면, 초고층을 고수하던 단지들은 높이를 포기하고 인허가 신청에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공동사업시행을 진행하려는 정비사업지도 등장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늦어도 상반기 내 사업시행 인가를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 ‘동상이몽’ 서울 강남구 아파트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해당 구청에 신청해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재건축에 들어간 단지 중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가능성이 높은 단지는 많지 않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감도/자료=서울시 클린업]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잠실주공5단지는 당초 예상했던 고층도 포기하고 속도전에 나섰다. 이들 단지는 각각 42층, 50층 높이의 재건축을 계획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 35층’ 기준을 고수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 방침에 더 맞섰다가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신반포3차·신반포23차·반포 경남도 35층 조건에 맞춰 도시정비계획 변경 절차와 경관심의 문턱을 넘어 건축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5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고집하던 송파구 주공5단지 역시 서울시 권고에 따라 잠실역세권 인근에 짓는 4개 동만 50층으로 하고 나머지 4개 동은 평균 35층으로 낮추는 정비계획안을 다시 세웠다. 중층 아파트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진주아파트도 서울시의 35층 안을 수용하고 올해 1월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투시도/자료=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반면 여전히 35층을 초과하는 고층 재건축 사업을 고수하는 단지도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49층 재건축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만한 고층 아파트를 신축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연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하는데 남은 기간을 따지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성을 고려해 기존 원안대로 49층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방배14구역, 도정법 개정 후 첫 공동사업시행 나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방배14구역이 공동사업시행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정법」 개정과 같은 해 11월 서울시의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 마련 이후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공동사업시행에 나선 것이다. 공동사업시행은 조합과 시공사가 정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서울시의 공공지원제를 적용받는 정비사업은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지만, 공동사업시행의 경우 ‘건축심의 이후’로 앞당길 수 있다. 방배14구역은 지난해 11월에 건축심의를 받은 상태이고 최근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통상 사업시행 인가까지 최소 2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시공사 선정을 미리 해놓고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 곧바로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준비할 수 있다.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면 물리적으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개최했을 때 공동사업시행에 대해 주민 반발이 거의 없었고 서울 강남권이다 보니 몇몇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을 빨리 추진하고자 공동사업시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배14구역 위치도/자료=서울시 클린업] 방배14구역 재건축 사업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975-35 일대에 아파트 46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것이다. 당초 방배14구역은 방배5구역의 일부였으나 거주민들의 동의율이 낮아 구역에서 제외된 이후 따로 재건축을 추진해 지난해 4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최근 열린 방배14구역 재건축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11개 건설사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현장설명회 참여사는 제일건설, SK건설, 롯데건설, 동부건설, 현대산업개발, 동양건설산업, 쌍용건설, GS건설, 호반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이다. 조합은 오는 5월 초 입찰을 할 예정으로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약 492만 원이고, 총 공사비는 약 1,155억 원이다. 일단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조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마련한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 고시안을 보면 시공자 선정 시기와 함께 △사업비 조달 △사업 추진에 따른 업무분담 △용역업체 선정 △사업비 집행 등 공동사업시행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일단 서울지역에서 공동사업시행을 하려는 처음 등장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사업시행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만약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입찰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