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선정된 세계 도시브랜드(CBI) 지수/자료=영국 이코노미스트]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경제가 지구적 통합이 이루어졌고 경쟁의 패러다임도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을 넘어 지역과 지역으로 변화함에 따라 지역의 생존과 활성화가 중요 문제로 부각되었다. 도시적 측면에서도 지역의 세계화를 위해 지역의 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즉 어떠한 장소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소마케팅과 장소브랜딩
지리학자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과 관련해 장소에 대한 매력을 어떻게 유지·발산시킬 것인가에 치중하는 ‘장소마케팅’을 이용했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실제 1980년대 이후 서구사회 중심의 도시재생 기반 장소마케팅 전략은 많은 논의와 비판을 불러왔고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장소는 단순히 공간으로써의 존재뿐만 아니라 이미지 창출의 근원이고 마케팅의 대상이며, 장소에 살고 있는 주체들의 활용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장소의 특성이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요소이다.
글로컬 브랜드를 통한 지역의 성장 동력, 즉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분야가 바로 관광이다. 관광산업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곧 자원이 되어 무형의 자원에서 재화를 창출하는 무한한 수익 가능성을 가진 분야다. 각 국가는 정부 산하의 전문적인 관광기관을 통해 국가별 슬로건을 앞세워 다양한 방식의 광고를 펼치며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광시장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61년 관광진흥법을 제정한 이래로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국내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역별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하고 다양한 지역 축제를 개최하며 관광 목적지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일정 구간이나 지역과 문화 이벤트의 결합, 지역의 로고화 및 상품화를 의미하는 장소마케팅이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장소마케팅이 지역 축제나 이벤트 등 지역주민의 자긍심 고취와 도시에 대한 애착심을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발전된 장소마케팅은 도시의 문화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며 새로운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의 장소마케팅은 재정 자립도가 낮고 산업기반시설이 부족하며 자본과 훈련된 인력이 빈약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확보해 지역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시 도시브랜드 I SEOUL U/자료=서울시]
장소마케팅에서 더 나아가 장소의 외형적 측면과 내적 측면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것이 ‘장소브랜딩’이다. 장소브랜딩은 도시이미지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도시의 다양한 측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리하며, 보다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장소브랜딩은 경제 구조화보다는 경제·사회·문화 등 지역의 현안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종합적 지역 재생전략으로서 경제 발전과 함께 사회적 목표의 달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장소마케팅과 차별성을 갖는다. 장소브랜딩은 사람들의 인식과 이미지를 중요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 장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장소마케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브랜딩하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장소마케팅 → 장소브랜딩 → 장소만들기
궁극적으로 장소브랜딩 전략은 융합적 의미로서의 장소만들기 전략의 요소와 밀접하다. 장소만들기를 통해 장소 브랜드의 본질을 찾고, 장소감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래 장소만들기의 의미는 ‘장소로 생성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지닌 잠재력을 찾아 그 요체들을 조합하거나 혹은 그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일련의 정신적·물질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소만들기는 지역 사회구성원을 위한 긍정적인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미래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시행되어온 많은 지역발전 전략의 대안으로서의 장소만들기는 사회적 구성이자 액션플랜, 실행계획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장소만들기는 도시공간을 그 도시에 살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친숙하고 자주 찾는 공공장소로 만들어 가는 것이며, 도시 정체성을 회복하고 확립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장소성을 창출해 장소의 거주자와 이용자들이 장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방지하며, 장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장소의 주체인 주민들이 계획과 개발과정의 주역으로 활동해야 하며 최근 대부분의 장소만들기, 도시재생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이 이유와 합치한다. 하지만 장소만들기에 대한 논의가 도시설계와 함께하면서 일반적인 용어로서 활용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장소만들기=도시설계’라는 일반화가 이루어져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이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도시개발에 대한 접근과 방법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소만들기란 도시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화·경제·사회 등 전 분야가 복합적으로 검토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시설계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은 진정한 장소만들기와 동떨어져 있다. 광의적인 의미에서 장소만들기의 목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통합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 간의 관계, 산업의 육성, 장소의 문화적 소성, 이미지 창출, 정체성의 확보 등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단순히 장소를 상품화하는 특성뿐 아니라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장소브랜딩과 적극적인 장소만들기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