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실현 가능할까

서초구, 공사비 3조 3,000억 원…최대 5조 원 조달 가능
뉴스일자:2017-01-31 09:46:05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사업 조감도/자료=서초구]

 

고속도로 지하화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를 가로지르는 간선도로들이 속속 지하화되고 있다. 서부간선도로(10.33㎞) 지하화 사업은 이미 공사에 착수했으며, 동부간선도로(21.9㎞)와 경부간선도로(6.4㎞)는 지하화 계획이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부간선도로를 2026년까지 2개 도로로 나눠 지하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 간선도로의 지하화로 서울에서만 약 40㎞에 이르는 도로의 지상부 땅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6.4㎞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에 대해 최근 서울 서초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사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와 입장 차이가 커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이슈로 1992년 대선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경부고속도로 지상 복층화를 공약으로 내건 게 시초다. 그러다가 최근 서초구 주도로 양재~한남 구간 지하화 사업과 관련한 연구용역과 각종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 지하화 용역 결과 나와…

 

서초구는 지하화에 따른 여의도 면적의 2.5배(60만㎡)인 지상부 휴먼웨이를 보행중심의 친환경 문화 복합형 그린 인프라로 랜드마크화 한다는 계획이다. 서초구는 현재 시속 35㎞에 불과한 차량 평균 속도가 시속 50㎞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4조 8,490억 원으로 전망됐다. 보행로 조성에 따른 경제적 효과 1조 8,040억 원, 근린생활시설 조성에 따른 임대료 수익 1,200억 원, IC 부근 맹지 및 광장 부지의 영리시설 조성에 따른 임대료 2조 9,250억 원 등이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사업 단면도/자료=서초구]

 

서초구 의뢰로 진행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대 학회의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사업에 들어가는 공사비는 총 3조 3,159억 원으로 TBM 공법의 지하 복층터널은 강북권 급행 12차로(상·하행)와 지하 저류조 등의 스피드웨이(Speed Way) 공사비 1조 9,070억 원, 상부 및 도로(지하 터널)인 강남권 완행 8차로 상·하행선의 로컬웨이(Local Way) 공사비 7,687억 원, 지하화로 생기는 지상구간의 휴먼웨이(Human Way) 공사비 1,715억 원, 기존 경부고속도로 철거비 1,200억 원, 기타 공사에 따른 제반 비용과 30년간 운영비용 3,485억 원으로 추계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지난 1년간 서초구가 이 사업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세금을 한 푼 안 들이고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경제적 타당성과 재원조달 방안이 나온 만큼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라면 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북 불균형 개발 논란, 재원 조달 걸림돌

 

서초구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 주체가 될 서울시는 그간 재원 마련 문제와 강남·북 불균형 개발 논란 등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002년 이 구간의 도로 관리권을 넘기면서 서울시가 관리하게 됐고, 도로 명칭도 경부간선도로로 바뀌었다. 따라서 지하화 사업을 하기 위해선 도로 건설·관리·유지 기능을 맡고 있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협조를 요구하는 최호정 시의원의 질의에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에도 지상 구간이 많아 지하화 요청이 많다”면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워낙 큰 프로젝트라 고민이 많다”고 답했다. 이는 강남권에 개발사업이 집중돼 강남·북 불균형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도 강남권에는 영동대로 지하복합환승센터와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을 포함한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총 사업비만 약 2조 8,000억 원이 드는 대형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SOC사업을 추진하자면 해당 계획과 관련된 법령,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도로정비기본계획, 도시 교통정비계획 등과 부합해야 한다”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하도로가 운행 중인 지하철에 지장을 주지 않는지, 지역 교통운영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등도 타당성 조사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경우 타당성조사(1996년)에서 개통(지난해 7월)에 이르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점도 참고할 사안이라고 서울시는 덧붙였다.

  

서울시와 서초구 간 이견은 재정을 조달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공공기여와 신규 부지 개발로 5조 2,43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추정했다. 인근 롯데칠성 부지, 코오롱 부지 등 대규모 개발부지와 양재 R&CD(테크시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2조 1,063억 원, 양재·서초·반포 IC 부지와 개발 가능한 땅 매각 금액 2조 6,045억 원, 경부고속터미널·남부터미널 이전에 따른 공공기여금 5,322억 원 등이다. 또한 사업의 재무성 타당성도 분석한 결과 수익성지수(PI)는 1.87로 충분히 사업의 타당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공공기여금 사용처는 자치구 의견을 수렴해 시가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서울시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서울시는 개발에서 나오는 공공기여금은 시 전역에 써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으로,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이나 구 외에도 다른 자치구에 공공기여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현대차 GBC 건립을 통해 마련되는 공공기여금 1조 7,941억 원을 둘러싸고도 해당 자치구 안에서만 써야 한다는 강남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서 나올 공공기여금이나 사용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면서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정할 때는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 거쳐야…

 

전문가들은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서울시와 서초구 등 이해 관계자들이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공공 정책보다 이 사업이 먼저 진행돼야 하는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비로소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해외의 대표적인 도로 지하화 사업 중 하나로 미국 보스턴 ‘빅 디그(Big Dig)’이 꼽히는데, 당사자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하화 계획을 세우는 데만 20~30년이 걸렸다”면서 “서초구와 서울시, 서울시민 모두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거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배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현재 서울시 구간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대한 공론의 장이 활발히 형성되고 있고,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며 “가능한 한 국민의 혈세가 들지 않는 착한 재생의 선도모델로서 다음 세대에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경부고속도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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