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국 아파트 매매 변동 추이 및 거래량/자료=부동산114·국토부] 올 한해 부동산시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등 숨 고르기 장세로 시작했다. 다만, 일반분양에 나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연이어 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돌아섰고, 신규 분양단지들의 고분양가 경쟁이 인근 재건축 단지는 물론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며 서울은 한때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공급 축소와 중도금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고, 이어 11월에는 청약자격과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에 초점을 맞춘 11·3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서 발표한 10대 이슈를 중심으로 이처럼 다양한 이슈가 공존했던 2016년 부동산시장을 돌아본다. 돌아보는 2016년 부동산시장 10대 이슈는? ◆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지난 2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에 들어갔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는 대출자가 빚을 갚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지 깐깐히 따지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까지 나눠 갚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다. 특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돼 지방도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됐다.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그동안 없었던 대출규제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다. 반면 수도권은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인데다 분양시장 호조세로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또 집단대출이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되면서 재고주택과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논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가 ‘부동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인중개사와의 업역 다툼 논란이 불거졌다. 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을 변호사가 침범한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개인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공인중개사법 위법 소지가 많다는 판단을 내리며 공인중개 업계의 손을 들어줬으나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업무를 둘러싸고 향후에도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 대구·경북 아파트값 하락세로 전환=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던 지방 주택시장에서 가격하락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청약 접수를 했다 하면 경쟁률 100대 1이 넘어가면서 대구·경북 일대에서는 올 들어 기존 아파트 가격·청약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입주물량이 쌓이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대구는 지난해 청약광풍이 불면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2016년 들어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대구 외에 경북, 충남, 충북, 경남 등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 조선·해운업 불황에 지역 부동산시장 직격탄=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지역 경제에서 조선·해운업 비중이 큰 경남 거제·통영·울산 동구 일대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이들 지역은 조선·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 ‘아파트 분양 불패’를 자랑하던 곳이지만 조선·해운 경기가 꺾이면서 투자 수요가 줄어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분양 열기를 따라 지역주택조합 사업까지 활기를 띠던 거제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앞으로도 별다른 타개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 주택청약 1순위 가입자 1,000만 명 돌파=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열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출발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가 도입 7년여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수는 총 1002만 6,250명으로 2009년 5월 첫 판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1순위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청약경쟁률은 또한 치열해졌다. 실제로 2016년 1~10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4.71대 1로, 인터넷 청약 의무화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투자 열기 속 재건축 아파트값·분양가격 신기록 행진=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 유동자금이 서울 강남·부산 재건축 시장과 수도권·지방 인기 신도시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우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값이 사상 처음으로 3.3㎡당 4,000만 원을 돌파했다. 강남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10월에 3.3㎡당 4,012만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 원에 비해 377만 원이나 오른 것이다. 분양시장에서는 1월에 분양한 신반포자이 분양가는 3.3㎡당 4,457만 원에 책정돼 주상복합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다. ◆ HUG 분양보증·중도금 대출 강화… 고분양가 제동= 6월 28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인당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보증 건수를 종전 무제한에서 2건으로 제한했고 1인당 보증한도도 수도권·광역시는 6억 원, 지방은 3억 원으로 제한했다. 특히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는 주택은 중도금 대출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면서 강남권 분양 아파트들은 사실상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8월에는 HUG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분양가가 비싸다며 이례적으로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최초 분양가는 3.3㎡당 평균 4,457만 원에 책정됐으나 최종적으로 분양가는 3.3㎡당 4,137만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 리모델링 요건 완화, 내력벽 철거는 보류= 재건축·재개발 열기 속에서 리모델링 시장은 다소 지지부진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이 동(棟)별로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기존에 리모델링을 하려면 전체 구분 소유자 5분의 4 이상과 동별 구분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는데 이 가운데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가구간 내력벽(건물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벽) 철거 허용 방침’을 정부가 3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2016년 2분기 말 가계부채가 총 1,257조 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축소 방침이 부각되면서 동탄2·하남 미사·위례 등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 청약 문턱 높인 ‘11·3 부동산 대책’ 발표= 과열된 분양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4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분양시장 과열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1순위 청약자격 강화, 계약금 요건 분양가격 상향 조정(기존 5%→10%), 2주택 이상 소유자 청약 대상 제외, 재당첨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만큼 단기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가오는 2017년 부동산 전망은? 2017년 분양시장은 청약 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대책과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조치가 본격화되며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양물량 감소와 청약경쟁률 하락 등이 나타나며 과열됐던 분양시장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는 ‘2017년 아파트시장 전망’에서 내년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17년에는 대출 규제 및 금리 인상 가능성, 가계부채 심화,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 등 아파트값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외교정책에 따라 국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공급물량과 개발 호재, 규제 여부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지역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은 강남4구와 과천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서두르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은 도심 입지의 희소가치가 높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공급물량 부담이 가중되는 대구와 경북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셋값은 전반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이주 수요가 많은 서울과 부산 등을 제외하고는 전셋값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공급물량 과다로 침체를 겪었던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2017년에도 전년 대비 약 30% 오른 13만 7,869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어 역전세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분양시장은 내년 분양 물량이 40만 가구 이하로 줄어들며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11·3 부동산대책과 올해 말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대출 규제책의 영향으로 단기 투자 수요가 분양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져 청약경쟁률이 올해에 비해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이 전매제한이 덜하거나 공급 과잉 우려가 적은 지역으로 선별 투자를 해 특정 지역과 단지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분양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아파트 매매시장은 금리 인상 여부, 대선, 부동산시장 규제책, 가계부채, 물량공급 등 다양한 가격 변수들에 영향을 받으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