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로봇랜드 조성지/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8년째 표류하고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호텔 등 복합로봇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시작된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민자 유치가 하나도 되지 않으면서 사업을 정상화할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마무리 시점이 2017년까지 4년이나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민간 투자자 부재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랜드는 인천 원창동 청라지구 5블록 76만 7,286㎡에 총 6,704억 원을 투입해 로봇 관련 연구소와 로봇대학원, 테마파크, 대규모 호텔 및 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사업시설은 로봇산업지원센터 등 공공시설과 호텔, 테마파크 등 상업시설로 나뉘며,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595억 원씩 공공시설 비용을 분담할 계획이다. 상업시설에 투입되는 나머지 5,514억 원은 민자를 활용할 예정이었다.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천로봇랜드의 청사진을 공개하며 로봇랜드 조성을 통해 매년 40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연간 1만 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로봇랜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조 900억 원, 생산 유발 효과는 9조 2,859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천로봇랜드 조감도/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사업 지지부진 이유는? 당초 2013년 개장할 목표였던 로봇랜드는 사업 종료 시점이 2017년까지 연기됐을 뿐만 아니라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기약하기도 어렵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인천시가 토지 가격을 높게 책정한 탓에 선뜻 상업시설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민간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8년째 지지부진한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토지 가격과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사업계획 등을 꼽을 수 있다. 토지 가격은 비싼 반면에 토지이용계획은 테마파크 조성 등 수익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로 짜여 있어 사업 추진이 안 된 것이다. 부지 매립 조성원가가 3.3㎡당 11만 원 수준인 인천로봇랜드는 인천도시공사에서 출자되는 과정에서 3.3㎡당 236만 원으로 21배가량 높게 출자되었다. 이에 따라 인천시가 내놓은 자본금 80억여 원만 소진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예산 당국의 원칙 없는 타당성 조사와 주무부처의 관리·감독 부재가 애꿎은 혈세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8개월간 인천로봇랜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한 후 사업 타당성을 인정한 바 있지만 현재 사업 부지에는 중앙정부 예산 408억 원이 투입돼 공공시설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한성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인천로봇랜드는 수익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금액이 총 5,514억 원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유치된 돈이 전혀 없다”며 “사업이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사업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투자 유치가 부진해 인천시에서 계속 공사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인천시 자체적으로 민간 투자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정상화 대안은 상황이 이러니 인천시와 민간 사업자가 2009년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 ㈜인천로봇랜드는 최근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인천로봇랜드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인천도시공사에 개발을 맡긴다는 복안이지만 기존 주주사의 반발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에 따르면 자본잠식 상태인 SPC와의 위수탁협약을 종료하고 민간개발은 인천도시공사에, 공익시설은 인천정보산업테크노파크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시는 인천로봇랜드 토지주인 도시공사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면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로봇랜드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테마파크 등 유원시설 위주로 구성된 사업계획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천시과 관계기관·기업 등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8년간 변화된 시장 환경과 로봇기술 등을 반영하면서도 ‘복합로봇단지 조성’이라는 기존 사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사업계획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사업 추진 SPC ㈜인천로봇랜드 관계사 등은 3.3㎡당 236만 원에 달하는 비싼 토지 가격에 현재의 토지이용계획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년간 투자 유치가 전혀 없었던 것도 비현실적인 사업계획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수립된 총 사업비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을 보면 대부분이 분양대금,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협의는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인천시는 사업 주체를 기존 SPC ㈜인천로봇랜드에서 인천도시공사로 변경하려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단순한 사업 주체 변경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제대로 된 사업계획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개발 주체가 누구냐가 아니라 높은 토지 가격과 사업성 있는 계획의 부재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법도 거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SPC 위수탁계약 종료 등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사업을 장기간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인천시의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승인권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인천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새로운 모델에는 단초 목표인 로봇산업 활성화, 로봇문화 보급 확산 등을 달성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