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ED,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다 ③

지하주차장 사각지대에 대응한 범죄예방 디자인
뉴스일자:2016-05-27 11:02:43

[밝고 쾌적한 지하주차장 사례/자료=urban114]

 

지난해 2015년 9월,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일곤이 자신의 복수극을 위해 여성을 이용하려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붙잡혔다. 이 사건은 ‘트렁크 시신’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로 각종 미디어의 사회면을 덮었다. 이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성이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차에 탑승하는 순간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여성 운전자들의 지하주차장에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 여성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차장은 「주차장법」에 의해 자동차의 주차를 위한 시설로서 노상주차장, 노외주차장, 그리고 부설주차장으로 구분된다. 주차장은 우리나라의 좁은 도로 여건으로 인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수평적으로 거대해지는 도시의 팽창이 한계에 다다르자 도시는 수직으로 확장을 하게 되는데, 사용이 제한된 면적으로 인해 주차장은 건물 내부에 설치가 되고 있다. 특히 대형건물 내부에 상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로 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최근의 주차장은 우리에게 일상적 공공장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느낀 공포감은 더욱 심했다.


주차장은 건축물의 부대시설로, 주차타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친숙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은 주차장에서 지나친 경계심을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잔인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은 대부분 주차장이다. 이 친숙한 공간이 어느 순간 잔혹한 범죄의 장소가 되는 이중적 공간이라는 사실을 간혹 깨닫고 사람들은 공포심에 휩싸인다. 주차장이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범죄 발생 장소의 단골 메뉴가 된 것은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 그리고 폐쇄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특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런 공포감은 현실이 되었다.


지하주차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지하라는 공간이 주는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이는 극도의 심리적 불안함을 가져오는데, 특히 넓고 천장이 낮은 공간에서의 공포는 더욱 심하다고 볼 수 있다. 공간에 대한 공포를 배가 시키는 것이 바로 낮은 조도이다. 노후된 지하주차장에서 나타나는 낮은 조도는 감정의  불안정을 발생시킨다. 또한 밀집된 주차차량으로 인해 개방성이 떨어져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는 특이한 공간이라는 점도 지하주차장의 큰 문제이다. 그리고 공공장소로 여기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 또한 지하주차장에서 큰 범죄가 발생되는 주요 원인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디자인만 바뀌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지하주차장의 디자인 문제는 쉽게 간과한다.


대체로 주차장이 위치해있는 지하공간은 어두운 공간이기 때문에 빛의 조도와 연출이 중요한데 현재 주차장에 적용되고 있는 조명계획은 일반적으로 범죄예방에 맞춰져 있지 않고, 편의를 위한 조명 정도의 조도를 가지고 있다. 주차장에 관한 법령상 조도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차장은 세 구획으로 조도가 구분되는데 ▲주차구획과 차로는 최소 10럭스 이상, 최대 조도는 10배 이내 ▲주차장 출입구는 최소 300럭스 이상 ▲사람이 이용하는 통로는 최소 50럭스 이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동일한 공간에서도 빛이 밝기가 이처럼 천지차이이다. 이렇게 한 공간 안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조도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의 범죄 발생율을 높인다.

 

[지상과의 연결통로를 뚫어 채광를 확보한 지하주차장/자료=urban114]


조명의 색상도 중요하다. 현재의 조명은 대부분 백색의 형광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LED를 활용해 적합한 안전 색채를 활용하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이용한 범죄 예방은 이미 영국 글래스코와 일본에서 확인된 바가 있다. 가로등에 적용한 이 방법으로 범죄 예방률이 15~20% 가까이 낮아졌다. 바로 푸른색의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푸른색의 조명이 범죄예방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공간 전체에 푸른색을 활용하는 건 자칫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부분적으로 주차 구획 등에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차장의 또 다른 범죄 요인은 차량과 기둥 사이 틈에서 생겨나는 사각지대이다. 차량이 밀집되어 있을 경우, 차량으로 만들어진 벽이 형성되어 차량과 차량 사이, 차량과 벽 사이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주차 간격을 확보한다고 해도 차량의 크기로 인한 시각적 방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각지대에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용자의 이상행동을 파악하여 보고하는 보안시스템의 설치도 고려되어야 한다.

 

[런던의 주차장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자료=urban114]


마지막으로 이용자의 인식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주차장 사용자들은 주차장이 공공공간이라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은 차로와 입구, 주차공간에 대한 조도와 역할이 다른 공간이다. 그러므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유형이 다를 뿐 가능성이 적은 곳은 아니다. 주차장 벽면에 주의 사인을 부착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용으로는 하차 시에는 반드시 문을 잠근 후 확인을 하고, 탑승하면 즉시 차문을 잠그도록 경고하는 캠페인성 내용이 적합하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일상적인 공공장소에서까지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기 전에 하루 빨리 공간디자인, 조명, 사인에 적합한 안전디자인 기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용자 중심의 안전디자인에 대한 고려보다는 적합하지 못한 법적 기준과 관습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다. 주차장에 대한 위험을 사용자보다 먼저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예측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안전에 대한 고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자 개인적으로는 호신용 호루라기나 호신용품 등을 손에 닿는 곳에 두는 것도 불편하지만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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