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중의 땅, 옥상의 가능성 ①

옥상공간의 이중성과 그 가능성
뉴스일자:2016-03-08 09:09:36

[방수페인트로 뒤덮인 서울의 옥상/자료=2014서울사진축제]

 

현재의 도시는 19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서 건물들은 산업 활동을 위한 종사자나 거주자들이 숨 쉴 여유조차 어려울 정도로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는 치솟는 지가에 의한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법적 허용 범위 내에서, 또는 편법과 불법을 동반하여 수평·수직적 팽창이 그 한계를 초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도시 생태계의 파괴와 시민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잠식되어 각박한 도시환경을 초래하게 되었다.

 

또한 무분별하게 관리되고 방치된 옥상경관은 시각적 측면에서 도시의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건물의 옥상공간은 그대로 버려져 있기보다 도시환경의 한 구성요소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이 고려된다면 도시경관을 인식하는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확보 차원에서 부족한 휴게 공간 및 녹지공간을 조성하여, 각박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도시경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도심 건물들의 옥상공간은 냉각탑, 물탱크 등 설비시설이나 폐기물들의 야적 공간 및 도시의 경관을 저해하는 불법 증축물로 가득 채워지는 등 형식적이고 비경제적 산물로 버려져 있어 도시환경 개선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옥상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저서 『옥상의 공간사회학』에서 옥상의 이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옥상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반드시 건물의 꼭대기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옥상이 건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구축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옥상은 건축 행위에서 ‘목적 결과물’이 아니라 ‘부산물로 생겨난 사이 공간’일 개연성이 크다. 무릇 건축 공간이란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옥상에는 오직 바닥만 주어질 뿐, 벽도 없고 천장도 없다. 건물은 건물이되 건물 자체는 아니거나, 집은 집이되 집 안이 아니라 집 바깥인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서 옥상을 ‘제5의 입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빈 땅이 없거나 공간의 여지가 부족할수록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공간이다. 옥상은 존재하면서 부재한다. 분명 존재하지만 일상생활의 눈높이에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옥상은 사용(私用)과 공유(共有)의 공간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겐 저항의 무대이고, 구조와 탈출의 관점에선 희망의 장소이지만 추락과 사고의 시각에선 절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 버리는 공간이자 가꿈의 대상이다. 옥상에 대한 상상력만 있다면 옥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옥상공간은 지상을 떠난 인공지반 위에 설치되는 공간이다. 옥상공간의 활용은 과밀한 현재 도시 속에 좋은 전망을 확보하며 독립된 수직적 오픈 스페이스로서 적절한 공간 이용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는 도시경관 개선 측면에서 기존의 파괴된 도시경관에 쾌적성을 증가시킬 것이며, 다양한 기능들을 수용하여 여러 가지 도심지 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옥상공간은 도심지에서 한정된 공간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몇 가지 뚜렷한 효과가 있다. 첫째, 새로운 유형의 도심 녹지로서 도심에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며, 도시 내 환경 파괴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둘째, 고층건물에서 보이는 도시경관을 개선하는데 기여한다. 즉, 시각적인 면에서 도시에 자연을 도입하는 효과가 있으며, 수직적 도시의 경관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과밀화되고 높은 지가의 현실 속에 옥상공간의 활용은 도시 내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물들이 건축주의 인식 부족과 관리 차원 및 계획적 소홀로 인해 도심 환경 및 경관의 파괴적 요소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건축주는 높은 지가에 따른 사업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시설 투자에 인색하며 관리자 역시 범죄 발생이나 시설 훼손 등의 이유로 옥상공간의 폐쇄를 원칙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설계자 또한 이용자의 편의나 신체적·정신적 여유 공간의 심려 깊은 배려가 소홀한 것이 대다수이며, 이로 인한 건물 이용자들의 인식 역시 옥상공간을 건물에서 삭제된 공간, 폐쇄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전히 변화 가능성이 있는 숨겨진 공간으로 도시 공간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옥상은 그렇게, ‘공중의 땅’이자 ‘도시의 마지막 미답지’로 남아 있다.




이 뉴스클리핑은 ufnews.co.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