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아탈리틑 ‘21세기 사전’에서 유목민을 21세기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미래는 유목민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누엘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에서 현대 공간에서 장소 공간보다 흐름 공간이 우위에 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상용화, SNS의 확산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양상을 변화시켰으며, 21세기 이후의 지배적인 공간 관념은 고정적인 것에서 불확정적인 것으로, 물질에서 비물질로, 육중한 것에서 가벼운 것으로, 영원한 것에서 임시적인 것으로 변화할 것이다. [토론토에 위치한 target의 팝업스토어/자료=urban114] 이를 배경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의 공간 디자인 요소로서 팝업 개념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Pop-Up’이란, ‘갑자기 일어나다. 튀어나오다. 불쑥 나타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이다.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해당 메뉴를 선택하기 전에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해당 상위 메뉴를 선택한 후에 하위 메뉴가 상위 메뉴의 앞에 나타나게 하는 인터넷 메뉴 구성 방식에 이 단어를 붙여서 ‘Pop-Up Menu’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한편, 최초의 ‘Pop-Up Store’는 2002년 미국의 의류 브랜드 Target에서 뉴욕 맨해튼에 매장을 오픈하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단기간 동안 임대한 부지에서 임시 매장을 열었는데, 이 매장에서의 판매가 예상 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이를 이용한 다양한 임시적·가변적인 이벤트를 시도했고, 이들의 성공적인 결과를 타사에서 벤치마킹한 데서 기인하였다. 이 ‘Pop-UpStore’라는 용어는 2004년 ‘트렌드워칭’이라는 트렌드 분석 회사에서 ‘Pop-Up Retail, Pop-Up Store’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새로운 트렌드 경향으로 제안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팝업 스페이스의 개념 속에는 일시적이고,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또한, 이를 배경으로 상업공간에서 팝업 스토어가 다음과 같은 3가지 공간적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시간의 유한성’이다. 일시적·한시적 가치인 시간의 유한성은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러한 시간 제약은 오히려 해당 프로모션 제품의 희소가치와 공간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여러 가지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감각·감성·인지·행동·관계의 영역(Bernd Schmitt)에서 공간 사용자와 교류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제약 상황에서의 교류는 브랜드의 희소가치를 높여주는 감정 이입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는 ‘가변성’이다. 임시 공간 사용이라는 제반 조건은 형태의 가변적 공간 특성을 가져왔다. 컨테이너, 임시 임대매장, 도로변, 매장 안의 매장 공간 등의 가변 공간의 활용은 신속성, 운반성, 경제성, 구축성 등 모빌리티 공간 성향을 반영하는 특징들을 보여준다. 셋째는 ‘복합 문화성’이다. 팝업 스토어의 임시 공간의 활용은 다양한 기능적 중첩 현상을 가져왔다. 매장 공간에서의 공연, 전시와 체험, 갤러리와 판매 공간 등의 다양한 이종(異種) 현상들을 수용하는 다중(多重)공간성의 특징을 가진다. 이푸 투안은 ‘공간과 장소’에서 생물학적 필요가 충족되는 가치의 중심지가 ‘장소’이며, 공간의 익숙함이 ‘장소화’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장소화에 대해서 운동 감각적 경험, 인지적 경험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장소가치’에 대해서는 친밀감이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에드워드 렐프는 ‘장소와 장소상실’에서 ‘장소 정체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장소 정체성은 물리적 환경, 인간 활동, 의미의 세 가지 요소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진정한 장소감은 소속감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렇듯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으로써의 ‘장소’는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개념이다. 공간은 추상적·물리적·기능적 성격을 지니는 반면, 장소는 구체적·해석적·미학적 성격을 지닌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경험과 기억, 기대, 꿈을 바탕으로 그 공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 인간의 경험을 통해 미지의 공간이 장소로 바뀌고, 낯선 추상공간이 의미로 가득한 구체적 장소가 되며,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했던 물리적 공간이 친밀한 장소로 다가올 때 ‘장소성’이 형성된다. 따라서 장소는 ‘물리적 공간 환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및 그들의 활동, 사람과 환경 간의 오랜 상호작용 속에서 문화적으로 형성된 고유성, 역사성, 정체성, 다중성을 띤 총체적 실체’로 정의내릴 수 있다.
구분 |
장소 가치의 기능 요소 |
시간 유한성 |
- 시간제한: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 - 오래된 건물: 시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치를 중시, 낮은 임대료 |
가변성 |
- 기능적 가변특성 - 오픈 시스템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생성 - 장소 정체성은 인간의 활동에 기반 |
복합 문화성 |
- 도시의 다양성과 복합 용도와의 관계 - 다원성과 다중심성 - 상호 침투와 교환을 매개로 하는 공간 중첩 |
[팝업 개념과 장소성의 기능요소/자료=urban114] 이렇듯 장소, 장소성은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특성을 갖는 구조이며, 도시 재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장소 가치의 보존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팝업 개념에서의 시간 유한성, 가변성, 복합 문화성은 모두 이러한 장소 가치와 소통하며 기능한다. 먼저 시간 유한성은 케빈 린치의 오래된 건물의 개념과 장소 가치적인 맥락을 함께한다. 시간 제한의 개념과 시간이 지나면서 가질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차이가 있지만 시간 개념을 통한 공간 가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동일 요소로 분리될 수 있다. 가변성의 경우는 기능적 가변 특성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활동을 유발시킨다. 모듈화, 오픈시스템은 보편적 설치 특성을 보여주며, 이는 콘텐츠 수용성을 내포한다. 에드워드 렐프가 이야기하는 장소 정체성에서의 인간의 활동은, 가변적인 공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합 문화성은 케빈 린치의 복합용도의 개념과 유사하며, 장소가치를 논하며 이야기했던 고유의 다중성과 뜻을 함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