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 전경<출처 : 돈의물박물관마을 홈페이지> 정원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감각 행위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장소이며 일반적으로 조성된 정원은 다층 식물들과 자연을 가장 자연스러운 스케일로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에 비해 수직으로 조성된 정원은 일반 정원처럼 보고 만지는 직접적인 감상보다 바라본다는 회화적 느낌에 가깝다. 도시 정원의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으나,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정원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인도 체감할 만큼 도심 녹지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서울시에 더 이상 중대형 공원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녹지 조성과 조경에 대한 정책은 옥상정원이나 도로변의 띠녹지같은, 규모는 작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직정원이나 건물숲 같은 개념도 그와 같은 필요성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더해져, 돈의문 박물관마을 수직정원과 같은 사업에 추진 동력이 생긴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직정원, 영어로 ‘버티컬 가든 Vertical Garden’이라는 멈춰진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완성형 프로젝트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ing가 붙은 과정형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식물을 가꾸는 행위, 즉 가드닝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고 시설물이라는 하드웨어가 이를 구현하는 장치로서 작동하도록, 그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찾았다. 지속적인 가드닝 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서울형 수직정원의 확산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 번째로는 수직정원 식물 관리를 위해 손이 수월하게 닿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높은 수직정원은 대부분 작업장비 차량이나 가설재를 사용해야만 접근 가능하다. 대상 건축물들은 근현대의 건축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대수선을 하기보다는 기존 창호부분만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누구나 가까이 식물을 관찰하고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플랜터 자체를 회전형으로 제작하여 실내에서 손쉬운 식물관리가 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회전형이라는 아이디어는 수직정원이 실내를 바라보게 조정가능하며 필요시 환기나 채광을 위한 방안이기도하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일부 공간을 정원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고, 필요에 따라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다른 건축물에도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토 타입(prototype)을 만드는 일이 된다고 보았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서울권에선 수직정원 방식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왜 식물이 잘 살지 못할까에 관하여 사람들은 대개 추위 문제를 지적하지만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직접 파악한 바로는 월동여부는 식물 선정의 문제이고 오히려 관리상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에는 화분이 응고될 것을 우려해서 관수를 소홀히 하게 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바람의 영향이나 일조량 등 기후적인 요인들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지만 겨울철 식물 고사의 원인은 건조에 따른 가뭄이 주된 이유라고 보았다. 그래서 관수장치설치를 전제로 화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점적관수 방식과 더불어 겨울철 엽면관수가 필요한 상록목본성 식물들을 위해 미스트 관수방식를 복합적으로 설치했다. 어떤 공간이든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기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작업 속도와 유기물인 식물이 자리 잡고 적응하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가 섞여있는 식물의 공간들은 약간의 느슨함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은 무엇보다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축적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공사 직후인 지금의 모습은 다소 완벽하지 못할 지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가꿈 행위가 꾸준히 행해질 때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풍경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질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