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인 상수동 데코뷰 사옥 전경 <출처 : 서울시>

‘카멜레존(Chamele-zone)’은 본래 가지고 있던 특정 공간의 고유 기능을 넘어 재생, 협업, 체험 등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거나 용도를 변화시켜 점차 진화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말한다.

건축물은 일단 짓고 나면 수십 년 이상을 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고정불변한 개념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건물의 아이덴티티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한 가지 용도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늘고 있다. 온라인 시대를 넘어 가상현실까지 가까워진 지금,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낸다.

그 변화의 양상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을 수 있다.

1. 팝업스토어(Pop-up Store)

공간을 상황에 따라 변형하여 활용하는 팝업스토어는 카멜레존이라고 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정해진 기간 특정제품을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거쳐 가는 중심지에 팝업 스토어를 설치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하여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트렌드이다.

2.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이제는 공간이 하나의 기능으로만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기존에는 유일무이한 맞춤형 공간들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두 가지 이상의 기능으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로 다른 업종과 손을 잡는 것을 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볼거리가 있는 곳에는 쉽게 모이고, 그곳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협업 파트너는 커피와 문화, 그중에서도 책과 도서관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별마당 도서관’은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랜드마크로 주목받았다. 코엑스는 소비자가 감소하면서 위기였던 시기, 쇼핑몰 중앙에 도서관을 설립했다. 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색뿐만 아니라 편리함을 제공해 미적으로나 이색적인 공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3. 뉴트로 [Newtro]

트렌드를 넘어 이제는 건축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이 New와 Retro의 합성어인 ‘Newtro’, 바로 ‘공간 재생’이다. 용도를 다해 흉물처럼 버려졌던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재생’이라는 단어는 현대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도시의 형성이 언제나 새로운 것으로만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부터 지속해서 시도된 인류 터전의 유지 및 보수와 관계된 행위와 맞물린다. 더욱이 도시가 가진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그 위에 새로움을 덧입히는 방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실천되고 있다. 이렇게 공간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4. 온라이프 [Onlife]

“온라인과 일상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하나의 온라이프 체험을 만들 것이다.”

이탈리아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온라이프(Onlif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온라인 소비시장이 점차 거대해지면서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오프라인 소비가 끝날 것처럼 여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손잡고 시너지를 내며 색다른 공간과 경험을 형성하는 O4O(Online for Offline)개념이 시도되고 있다.

O4O(Online for Offline)는 말 그대로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이라 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고, 지정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다양한 자원을 기반하고 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체험 기회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