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0년 넘은 오래된 골목길 10개소 재생 완료

500m~1km 이내 선 단위 골목길 재생사업 총 46개소 중 10개소 마무리
뉴스일자:2021-03-17 09:11:14
#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조용한 골목길 하나가 있다. 좁은 길을 따라 60여동의 저층주거지가 밀집한 오래된 골목길이다. 도심 한 가운데 있음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서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집이 대다수였고, 주민은 오래된 하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오수에 시달려야 했다. 

# ‘연남동 세모길’에 변화가 시작된 건 3년 전인 2018년,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골목길 주민들로 구성된 ‘세모길 주민협의체’가 그간 주민들이 불편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점을 꼼꼼히 수렴해 계획을 수립했고, 시가 사업비 등을 적극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도시가스가 공급됐다. 노후 하수관도 싹 정비해 하수악취도 사라졌다. 울퉁불퉁한 바닥엔 새 보도블록이 깔렸고, 노후 담장은 없애거나 낮춰 이웃 공동체도 살아났다. 

‘연남동 세모길’ 같이 30년 이상된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들이 살기 편하고 이웃 간 정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생활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서울시는 2018년 시작한 골목길 재생사업 사업지 총 46개소 가운데 처음으로 10개소가 재생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10개소는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로40길 일대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32길 일대 △중구 장충동2가 퇴계로56가길 일대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 일대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4길 일대 △영등포구 신길3동 신길로41라길 일대 △강남구 대치동 삼성로64길 일대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로101·103길 일대 △강북구 수유1동 삼양로73가길 일대이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과 같이 일정 구역을 정해 대규모 ‘면’ 단위로 재생하는 기존 재생사업과 달리, 골목길을 따라 500m~1㎞ 이내의 ‘선’ 단위로 추진되는 ‘현장밀착형 소규모’ 재생사업이다. 재건축이 어려운 폭 1~2m 내외의 오래된 생활 골목길부터 8m 미만의 골목상권(근린상권 생활도로) 등이 대상이다. 각 대상지마다 3년간 마중물 사업비로 총 10억원을 지원한다. 

재건축이 어려운 4m 미만의 보행자 도로가 있는 지역과 재개발 해제지역처럼 도시개발에서 제외돼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지역 등을 재생해서 슬럼화 되는 것을 막고, 주민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시는 설명했다. 

골목길 재생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실속 있는 변화를 빠르게 체감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도시재생이 비교적 대규모로 장기간 진행된다면, 골목길 재생은 소규모로 3년 간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주민협의체 구성과 주민의견 수렴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주민들의 불편‧요구사항도 적극 반영할 수 있다. 

사업은 총 3년에 걸쳐 추진된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1년 동안 실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소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2년간 본격적으로 골목 환경개선 사업 등을 시행한다. 

시는 이번에 사업이 완료된 골목길 10개소의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실속있는 생활 인프라 조성 △낙후한 보행환경과 골목경관 개선을 통한 안전하고 매력적인 주거지 재탄생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이웃 간 정이 살아있는 골목길이다.

첫째,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겪어왔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생활 인프라를 조성‧개선했다.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은 20년이 훌쩍 넘은 노후하수관을 전면 교체하고, 각 주택의 빗물 홈통을 하수관에 직접 연결해 악취와 오수 문제를 없앴다.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은 도시가스를 신규 공급함으로써 주민의 오랜 숙원을 해결했다.  

버려진 나대지를 활용하거나 낡은 주택을 허물어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도 있다.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32길 일대에는 방치된 나대지를 주민쉼터 ‘익선공감’으로 탈바꿈시켰고,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에는 놀이터 ‘마을마당’이,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4길 등에는 주민쉼터가 각각 생겼다. 


둘째, 대부분 30년 전에 생긴 골목길로, 열악한 보행환경과 골목경관을 개선해 안전하고 매력적인 주거지로 재탄생했다. 난간도 없이 낡고 경사져 오르내리기 힘들던 골목에는 계단을 설치하고, 야간시간대 안전한 보행을 위해 가로등도 교체했다. 

골목길 담장을 낮추고 낡은 대문을 교체하고 보도를 새롭게 포장하는 등 골목경관 개선에도 나섰다. 보이는 소화기 및 CCTV 설치 등을 통한 안심보행 환경도 조성했다.


개별 집수리도 이뤄졌다.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을 받아 사업지 10개소에서 총 21개 주택이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은 시가 2016년부터 노후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과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집수리 공사 시 공사비의 50%까지 최대 1550만원(단독주택), 2050만원(공동주택 공용부분)을 보조해준다. 공사비용 융자도 지원한다. 

셋째, 골목길 재생은 물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이웃 간 정이 살아 있는 골목길을 만드는 ‘공동체 강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사업지마다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재생사업을 주도하고, 주민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총 110여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 및 주민협의체 회의,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주민들은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상토론을 펼친 끝에 각 대문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공간인 ‘청결약속지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로 101, 103길 일대 주민들은 주민협의체 차원에서 골목길 청소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시는 생활인프라 및 정주여건 개선, 주민역량강화 등 이번 골목길 재생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다른 사업지에 적용하고,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 등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개별 집수리를 통한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골목길 재생사업지 내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골목길 중심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골목건축가’와 연계해 지역 맞춤형 건축컨설팅을 통해 집수리 및 주거 환경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생활 인프라 조성 보행환경 및 골목경관 개선뿐만 아니라 골목복지, 골목경제 실현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별 골목길의 지리적, 환경적, 문화적 조건을 적극 활용해 재생할 계획이다.

류 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기존의 재생사업이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 탓에 소외되기 쉬운 골목길을 재생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골목길 재생의 목표”라며 “마치 혈자리를 자극해 순환 통로를 열어주는 것처럼 서울의 실핏줄인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 전체가 골고루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살고 싶은 골목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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